아원 장선아가 다시 숨어버린 새 작업실에서 드디어 오랜만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몇 개월 전부터 조금씩 그려오던 조랑말 그림을 조금 더 해가기 시작했다. 여기 새로운 숨어버린 작업실에서 정리하고 책 읽고, 화초를 키우며 워밍업을 하다가 이제 1인용 텐트를 사서 설치를 할까 생각하던 중에 중간 공간을 비우니 왠지 그림이 그리고 싶어 져서 드디어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는 거 같다. 비 오는 느낌의 날 라디오의 음악들을 들으며 그림을 그리고 있는 오랜만의 아원, 아주 오랜만에 예전의 컨디션을 되찾아 가는 거 같아서 참으로 다행이다. 오늘은 숭고한 현충일이다. 이 나라를 위해 몸을 불사른 숭고한 영령들의 그 깊고 훌륭한 뜻을 조금이라도 생각하며 그들의 영면을 바라는 날이다. 고맙고 고맙고 가슴이 아프고, 그러면서도 아름다운 날이다.
라디오에서는 세상의 모든 음악, 여행자의 노트란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늘 유럽의 어느 나라 여행 이야기와 음악이 흘러나왔던 거 같다. 오늘은 프라하에 관한 이야기다. 나는 조랑말 그림 작업을 조금 하다가 베네치아의 가면을 모티브로 한 가면 작업을 위한 캔버스에 젯소를 칠하는 작업을 하고 나서 손을 씻었다. 저녁을 위한 블랙커피를 마시고 아르 누보라는 책을 조금 보는 중이다. 다이어리와 더 작은 다이어리에 여러 메모들을 하고 라디오를 들으며 이 글을 적고 있다.
창 밖에서는 초여름 비가 조금 왔다가 말았다가를 반복하고 있다. 왠지 스산하고 분위기 있고, 그리움이 있고 , 라디오에서는 드보르작 묘지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 매년 5월 11일 저녁에 음악회인가 뭔가를 한다는 그곳의 국립묘지 이야기이다. 어떤 여행자의 기억에 관한 여러 에피소드들이다. 비가 오니 자꾸 그곳이 그리워진다. 내가 그토록 그리워 한 그곳들이다. 이탈리아와 그 근처의 어딘가들 말이다. 물론 어느 날엔가 또 훌쩍 가면 가게 되겠지만 늘 살 수는 없으니, 다녀오면 그 그리움들이 더 쌓여서 더 마음이 아프니, 너무 자주 갈 수도 없는 그러한 곳들이다. 아. 마음 덜 아프게. 언제 또 갈 수 있을까?
출입문 창 밖으로는 평소와는 조금 다른 새소리가 들린다. 비가 오니 다른 새가 나들이 왔나 보다. 여기는 공휴일도 조용한 편이라서 좋다. 평일에도 거의 조용하고 그러나 약간의 단점들은 있지만 말이다. 라디오에서는 바이올린 소리(드보르작의 엘레지)가 들리고 있다. 참 쓸쓸한 느낌이기도 하고 아련한 그러한 느낌이다. 아 소렌토가 생각이 난다. 소렌토로 가면서 돌아오라 소렌토로 라는 노래를 들으며 왠지 눈물이 나 버렸던 그 너무 아름다워서 슬픈 그런 느낌, 그런 마음 아린 느낌 말이다.
마음 아프고 싶지 않은데 자꾸 라디오에서 슬프고 마음 아픈 음악과 이야기가 들려온다. 이번에는 영화인 거 같다. 아마 전쟁 이야기다. 전쟁 중의 슬픈 연인들의 이별 이야기 그런 거 같다. 핸드크림을 발랐는데 별로 그 향기가 맘에가 안 든다. 음악은 슬퍼지고 날은 어두워져 저녁 어스름이 되어 간다. 여기 작업실은 가장 늦게 있었던 적이 저녁 8시 10분 정도이다. 아직 아주 늦게는 있어보지 못했다. 어느 날은 아주 늦게도 있어보고 싶다. 나는 지금 카메라 앱 속에 들어가 있다. 나의 귀여운 분신이 가끔 들여다보는 카메라 앱 속에 말이다. 그래도 잘 숨어서 쉬기도 하고 화장실도 가고 먹을 것도 먹고, 그림도 그리고, 글도 쓰고 , 음악도 듣는 등 마음대로 행동한다.
그렇지만 아주 오래 비우거나, 아주 놀거나, 아주 자거나, 아주 마구 행동하거나는 하지 못한다. 아무래도 의식이 되기 때문이다. 아 음악 제목이 생각이 났다. 사무엘 바버의 현을 위한 아다지오이다. 난 학창 시절 피아노를 많이 쳤고 음대를 갈 뻔하다가 못 가는 대신 대학시절에 클래식 음악을 듣는 동아리 활동을 해서인지 클래식을 조금은 안다. 하지만 제목들을 잘 기억하지는 못한다. 이렇게 듣다 보면 가끔 생각나는 제목들이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클래식 음악은 늘 마음을 안정시켜주고 그냥 평화롭고 그냥 정신이 맑아지는 거 같고 , 오래 들어도 다시 듣고 싶어 지고, 질리지도 않고 , 아름답고 , 꿈꾸는 듯한 느낌이 있어서 늘 내가 아주 선호하는 음악 분야이다. 물론 요즘 내가 좋아하는 가수가 생겨서 그 노래들을 많이 듣기도 했지만 말이다.
오랫만에 뭔가 걸림이 없는 평화로운 좋은 시간이다. 이 시간이 아주 길었으면 좋겠다. 하지만 이런 시간은 아주 짧다. 다시 집에서의 의무적인 시간이 기달리고 있다. 아침에 일찍 나와야하지만 집의 일들을 어느 정도 하고 나와야하지 너무 빨리 나오기도 힘들다. 여기 작업실에서의 시간이 정말 길기를 바라지만 여기에선 저녁이나 밤을 보내는 것은 좀 무섭기도 하고 집의 사정이 허락되지 않으니 그러기는 힘이 든다. 그러니 낮의 짧은 시간을 아주 잘 활용하여 많은 일들을 해야만 한다. 그림을 그리고,글을 쓰고,책을 읽고,작품 구상을 하고,스케치를 하고,정리를 하고,화초를 키우고,점심을 먹고,커피를 마시고,쉬기도 하고,음악을 듣고,수업 준비를 하고,....
내일은 좀 더 좀 더 빨리 나와야 겠다.나만의 시간을 늘리기위하여,나의 그림 작업에의 시간을 늘리기 위하여...
@사진은 아원 장선아의 2019년 작품 ‘시간속의 조랑말’이다. 아직은 진행중인 작품이다. 왠지 포스트모더니즘과 아르누부의 느낌을 조금은 갖고 싶은 마음의 시작점이다. 더 많은 더 다양한 변화들을 가질 아원의 작품의 서막이라고 할 수 있다.